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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식당

청주 상춘고택 매화정식, 오래된 기와집에서 내어주는 여유로운 식사 기록

by wondolab 2026. 5. 1.

2026년 상반기, 외국인 대상 행사 촬영 건으로 청주에 내려갈 일이 있었다. 촬영 일정을 마무리하고 스탭들과 함께 늦은 식사를 위해 이동한 곳은 상춘고택이다.

도착해 보니 오랜 세월을 버텨온 기와집 형태를 그대로 보존한 채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이었다. 방문 전 예약이 필수인 곳이며, 공간이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어 귀한 손님을 모시는 자리에 어울려 보였다.

 

 

이날 주문한 메뉴는 1인당 55,000원짜리 매화정식이다. 처음엔 가격대가 조금 있다고 생각했으나, 뒤이어 전개되는 음식들을 경험해 보면 오히려 가성비가 훌륭한 메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참고로 메뉴 구성은 계절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예약자 이름을 이렇게 게시해 놓은게 무언가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상춘고택의 앞마당, 온갖 기물들이 다 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것도 있고 수집하시는 것도 있다 하셨다.

 

자리를 안내 해 주시고 세팅을 해 주신다. 저 앞접시에 모든 음식을 덜어 먹으면 된다.

 

 

 

낡은 목조 건물이 품고 있는 차분한 공기 속에서 첫 음식을 맞이했다.

가장 먼저 내어주는 호박죽은 많이 달지 않다. 특유의 텁텁함이나 쓴맛 없이 깔끔하게 넘어가며 식전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김치 반찬은 정갈했고, 이어서 나온 잡채와 묵 요리가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잡채와 묵 모두 평소 선호하는 식재료가 아니다. 식당에서 내어주는 잡채는 대체로 식어있거나 눅눅한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방금 버무려 낸 듯 면발의 상태가 좋았고 기분 좋은 기름기를 머금고 있었다. 묵 역시 나물과 어우러져 묘한 고소함을 내어주어 싹 긁어먹고 말았다.

 

 

 

이어서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신선한 질감의 샐러드와 토마토 요리가 나왔다. 토마토 위에는 달달한 소스가 얹혀 있었는데 이 역시 입맛에 잘 맞았다.

 

 

방금 조리된 음식의 온기가 옅게 피어오른다.

 

묵직한 도자기 그릇 위로 끓어오르는 열기가 공간의 여유로움을 한층 더해준다.

쑥떡과 오이를 활용한 요리가 상에 오르고, 코스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능이백숙이 등장한다. 직원이 직접 먹기 좋게 손질해 주어 편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능이백숙은 시원하게 속을 훑고 내려가는 국물이 일품이다. 백숙이라는 요리에서 고기는 육수를 내기 위한 재료일 뿐이고, 진짜 목적은 이 깊은 국물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맛이다.

 

 

 

백숙까지 먹었을 때 이미 포만감이 차오르지만, 본격적인 요리들이 다시 상에 오른다. 질 좋은 고기를 알맞게 구워낸 돈마호크가 나오고, 이어서 새우 요리와 슬라이스 된 전복이 제공된다. 전복은 특제 소스에 찍어 먹도록 안내를 받았다.

 

돈마호크가 육류의 끝인 줄 알았으나 1인당 한 덩이씩 유린기가 추가로 나온다. 한식 코스 중간에 들어온 중식이지만, 달달하고 새콤한 소스 덕분에 한식의 흐름을 깨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정갈하게 차려진 소반 위로 창밖의 고요한 풍경이 잠시 겹쳐 보인다.

코스의 마지막을 알리는 밥상이다. 조가 섞인 밥과 정갈한 밑반찬, 그리고 숭늉이 나온다. 화려했던 앞선 요리들의 여운을 차분하고 담백하게 눌러주며 탄수화물로 식사를 갈무리하기 좋다.

 

 

 

마지막 디저트는 망고 아이스크림이다.

과하게 달지 않아 지금까지 먹었던 한식 코스와 이질감 없이 식사를 종료하게 해 준다.

오랜 한옥이 주는 공간감, 훌륭한 식재료,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요리의 양을 생각하면 지불한 금액이 아깝지 않은 식당이었다.